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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역사프리즘/현대정치사

[꼬꼬사 1편] 3공 최대의 권력형 섹스‧살인 스캔들 ‘정인숙사건’…진실은 무엇일까.


"성전(聖戰)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이냐, 평화에 대한 무기를 정치, 군사적으로 준비를 해야"(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전시에) 대형면허가 있는 사람은 징집되지만 우리는 (당국에) 파악이 돼 징집 대신 예비검속(豫備檢束)이 될 것한 지인은 이에 대비해 한 명은 죽이려고 칼을 갖고 다녀

 

"철도의 경우 통제하는 곳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방법"

 

장난감 총의 가스 쇼바(완충기) 개조가 가능하며 인터넷에 무기 만드는 기초는 나와 있어 중학생들도 폭탄을 만들어 사람을 살상시킬 만큼 위협을 만들 수 있다" (이상호(49) 경기진보연대 고문) 


지난 29일 오후,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의원에 대한 내란음모혐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이 진행됐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한국일보는 인터넷 판을 통해 지난 5월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강연 녹취록을 단독 보도했다.

 

녹취록의 골자는 유사시 폭력혁명을 일으키자는 것. "북한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지배세력의 60년 정세 무너뜨려야",라는 이 의원의 반 헌법적 발언만 떼어 보아도 사태의 심각성을 유추할 수 있다.

 

2008년 일심회 사건, 작년 4월에는 당내 폭력사태를 일으키며 민낯을 드러냈던 세력들이기에, 법원이 체포동의요구서까지 발송한 지금 시점에선, 구시대적 판타지에 사로 수구 운동권의 행태에 대한 가치판단은 사정당국의 몫으로 돌리는 게 옳을 터. 다만 한 번 더 생각해볼 대목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 상 국정원이 채집한 녹취록 하나만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사태를 파악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가깝게는 부림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민청학련 사건 등 얼마나 많은 진실이 용공조작 앞에 무릎을 꿇었는가.

 

3년 동안 국정원의 내사를 거친 사안이 하필이면 대선개입의혹-NLL 정상회담대화록 유출증발 등 국정원의 불법적 정치개입의혹이 증폭 있는 지금 터졌는지, 또 그것도 ‘7인회 대장김기춘이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현 시점에, 단순 간첩단 정도가 아닌 현역국회의원이 연루된 내란음모라는 굵직한 물건으로 등장했는지도 의심스럽다. 누구나 이 모든 걸 의심할 것을 알면서도 당국이 밀어붙였다는 점도 재밌다.

 

도처에 가득한 불합리는 대할 때마다 낮설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부조리한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에라스무스가 그랬듯이 바보짓은 영원히 계속되지만, 그럼에도 인류는 살아남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과거의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 시대의 바보짓들은 비교적 견디기 쉬운 것들이다.”

 

우리 선배들의 삶도 현재의 모순을 망각시킬 만큼 불합리와 비효율로 가득 차 있었을까. 정말 그러할까무턱대고 공부 좀 해보자’, ‘공작은 나쁜 것이란 철없는 생각에 키보드를 움켜줬다. 뉴스와 아이스크림은 시간 따라 녹는다지만, 진실이야 변할 소냐. 훌륭하신 그 분(?)들께 조심스레 펜을 겨눈다. :)

 


[리에 리 무는 현대 1] ‘요부정인숙 살인사건진실은 무엇일까.

 

1. 팩트 : 703미인과 권력진실은폐

 


고 정인숙 피살현장故 정인숙씨



1970317일 늦은 밤, 검은색 코로나 승용차에서 미모의 여성 접대부가 두부와 가슴 각각에 1발의 총격을 받고 숨진 채 발견된다. 그녀의 손가방에는 특권의 상징인 복수여권, 국내외 정관계 인사 명함 30여장, 미화 2천 달러와 390만원짜리 예금통장 및 수표 180만원(당시 대기업 평균월급이 2만원)이 들어 있었다. 당시 20대 중반 여성의 소지품 치고는 과도한 물품임이 분명했다. 동승자는 친오빠이자 운전수노릇을 했던 정 모 씨는 자신의 허벅지 총상 경위를 “40대 괴한에게 피습 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70318일자 경향신문 보도>

이들은 제2한강교 쪽에서 시내로 들어오던 서울 자 ~~호 코로나 택시운전사 노삼용씨에 의해 발견, 경찰에 신고됐다. 노씨는 사건현장이 차가 서있을 곳이 아니고 앞좌석 문이 모두 활짝 열려 있어 이상한 생각으로 멈추었는데 정씨는 운전사석에서 몸이 반쯤 밖으로 나와 차에 걸쳐져 있었고 뒷좌석 오른쪽에 앉은 정양은 왼쪽으로 앞을 향해 엎드려 있었는데 앞뒤 시트가 피에 흥건히 젖었고 뒷좌석 문은 모두 안으로 잠겨있었다. 사건현장은 제2한강교 입구에서 1백여 미터 떨어진 절두산 및 길로 늦은 시간엔 통행차량이 적은 한적한 곳이다.“

 

<한국일보>“자가용 탄 처녀 피살” 1970.03.19.,7

인숙 양을 태우고 집으로 가던 도중 강변도로에서 합정동 인터체인지 입구인 절두산 앞을 코로나가 달릴 무렵 갑자기 3m 앞쪽에 40세 가량의 검은 코트 차림의 남자가 길을 가로막아 차를 길옆으로 세웠다고 진술. 차를 멈추자 괴한은 오른쪽 앞문을 열면서 느닷없이 권총 3발을 발사, 인숙 양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정씨는 오른쪽 다리가 따끔한 것을 느끼며 쓰러졌다고 한다. 정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범인이 달아난 후였다는 것.”  



취재기자들은 단순 변사사건이 아님을 직감했다
. 2시간 여 만에 이뤄진 신속한 현장정리, 수사본부 앞 골목에 방치된 승용차와 정인숙의 시신, 고위층 명함관련 수사보고 직후, 본부에 내려진 정부의 함구령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반 살인사건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

 

목이 막 마르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물을 한 컵 가져다가 목을 축여줬지. 근데 그 사람이 눈은 감고 있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서워요. 무서워요그랬다고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 병원으로 실려 온 운전사 정씨를 만났던 당시 취재기자

 

사건발생 이틀 후인 19일 오전, 당국은 시체해부결과, 차안에서 권총을 쏘았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점과 운전사 정씨의 소매에서 화약성분이 검출됐다는 국과수조사결과를 발표했고, 다음 날인 20일 친오빠 정 모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한다.

 

무리한 3선 개헌으로 악화됐던 민심은 다시금 요동쳤고 언론은 파헤치기 시작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정일권 국무총리, 이후락 당시 주일대사, 김형욱 전 중정부장, 박종규 등 정계 실세 이름이 적힌 그녀의 수첩은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강력부가 아닌 서울지검 공안부가 사건을 맡았다는 사실은 권력형 스캔들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베일에 싸였던 콜걸, 정인숙의 실체도 주요 관심사였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그녀가 호스티스로 전락하게 된 과정, 문란한 사생활과 그 속에서 태어난 사생아까지 속속들이 보도했다.

 

그러던 와중에 정 모씨는 입건 3일 만인 23일 여동생을 살해했다는 취지로 범행사실을 시인한다. 최대현 부장

검사는 “(정 여인이) 서울로 올라온 뒤 행실이 나빠져 남자관계가 매우 복잡해졌고가문을 위해 (정 모씨가)누이동생을 죽이기로 결심했다.”면서 정씨는 강도살인 혐의, 정 씨에게 권총을 빌려준 신 모씨는 총포화약류 단속법 위반으로 구속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락의 동생이자 당시 사건을 지휘하던 이거락 마포경찰서장도 정씨에게 자백을 받고 권총의 출처를 밝혀냈다면서 이로써 배후가 없는 정씨의 계획적인 범행이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정인숙 피살사건은 거짓말처럼 언론에서 자취를 감춘다. 중앙정보부가 막후 보도 관제공작(김계관 당시 중정부장은 관제가 아니라 협조요청이라고 주장)을 진행한 것.

 

대선을 1년 여 앞둔 시점에 이 정도의 사건을 그냥 넘어간다면 야당이라고 부르기 힘들겠지. 그 해 415, 신민당 특별조사단은 검찰이 진범으로 단정하고 있는 정 씨는 가장된 범인으로 추정하며 정씨가 권총을 버렸다는 장소가 6m 높이의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어 권총을 던질 수도 없을 뿐 만 아니라 던졌다 하더라도 외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 증거물이 쉽게 발견될 수 있고 당국이 정씨 신병확보에 철저를 기하지 않으면 증거인멸을 위한 연쇄 살인의 우려마저 있다면서 공세를 시작했다.

 

신민당 유진산 총재와 조윤형(조순형 의원의 형)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발언은 이 사건에 기름을 끼얹었다. 705, 돌연 정계복귀를 선언한 유진산은 정인숙 사건만은 떠들지 말아 달라.’는 중앙정보부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13, 폭탄에 불을 지핀다.

 

어제 이호 법무가 올라 오길래 무슨 법무행정의 주요문젠가 했더니 느닷없이 웬 강변 3로 여자 살인사건이란 말이야(웃음소리) 대통령이 여자 살인사건을 갖고서 모처럼 안하던 결심을 해갖고서 전 각료들을 국회에 보내 자진 보고케 하라고(웃음소리)무슨 놈의 오빠가 여동생의 난륜을 분개해 가지고 권총을 쏘았다고,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 문제를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보고하느냔 말야.(웃음) 국회의원이 질문이 나올 텐데 대통령 지시로 나온 분께서 하필 그 정인숙이라는 괴미인 살인사건을 장시간 보고하니까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이겁니다.(웃음)”<국회발언>

 

조윤형 의원이 거들고 나섰다. 조 의원은 정인숙 사건을 빗댄 유행가를 소개하면서 아무리 정보정치가 철저하다 해도 참으로 민심은 속일 수 없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는 내가 존경하는 정 총리입니다만 지금 세상에서는 모두가 다 이 양반 아들이라고 그래.(웃음소리)”라며 함께 배석한 정일권 총리를 가리키기도 했다.

 

김상현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정권의 심장을 거론하며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정 여인에 관계된 사람이 26명이나 된다고 하고 정총리가 관계됐다, 박대통령이 관계됐다, 이렇게까지 얘기가 돌아다닌다.”고 구체적 이름을 거론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계획된 각본에 의한 타살이요, 청부살인 의혹이 있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정씨는 626일 열린 첫 공판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같은 해 9, 1심 법원은 살인혐의로 사형을 선고한다. 다음 해 1, 2심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무기징역을 언도했고 714, 정 씨가 세 번째 재판을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되고 만 것이다


 

부득불 파일럿 편과 2편은 주말에 시작했습니다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현대사 시리즈]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정인숙 편은 총 3회로 구성되고요. 4회부터는 야쿠자와 한국 정치, 그리고 在日과 스포츠 편이 연재될 것 같은데요. '나쁘진 않다, 수고했다'고 생각하시면 손가락 한 번 눌러주세요~


ps 한의과대학 졸업준비위원회(한의대 졸준위),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회, 관련 교직원으로부터 피해를 입거나 목격하신 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용기가 밝은 사회를 향한 소중한 밑거름이 됩니다. 


forever2886@hanmail.net 배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