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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시사 쇼트컷]오늘은 이것만

추문과 집단부패의 행간 '순교자 코스프레'


(연희단 거리패 대책회의에 참여한 오씨의 말)

"....부산 공연 중단을 주장한 오씨에게 수뇌부 등은 나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정의감까지 드러냈고잠잠해진 4개월 뒤 다시 연극을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오씨는 우리는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의협심을 드러냈다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순교자 코스프레섬뜩한 장면이다권력형 부패상상 이상의 집단사기가 장기간 유지되는 기재 중 하나는 순교자’ 마인드로 구성원을 무장시켜조직 내부를 단속하는 방식이다.

 

절대권력과 주변 소수의 무리들은 조직원을 모아놓고 자신들은 핍박받는 사역자합리적 비판은 이리나 승냥이때의 모략’ 쯤으로 격하시키는 작업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기획한다집단 극단화를 추동해 사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내부 회의를 빙자해 충성맹세를 시키거나희생양을 집단적으로 태우기도 한다’. 실제로 건강치 못한 조직은 세레모니를 벌여 똘똘’ 뭉친다.

 

작금에 보도되는 일련의 만행은 자유와 해학을 훈시 삼아왔던 연극계에서 벌어진 일이다그것도 한 때 진보의 냄새를 풍기던 영감 주위에서 발생했는데도 말이다하물며 문화계의 변방에서 벌어진 일이 이 정도 일진데면허나 전문기술이라는 성벽을 쌓아놓고 연간 수 조원 규모의 산업을 움직이는 전문직군의 상황은 어떠할까.

 

빙상이나 간호계처럼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노조나 시민단체 등 피해자에 대한 작은 둔덕이라도 마련돼 있으면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을 게다그런데 정부-교육자의 묵인과 조장욕심과 조작으로 60년 넘게 방치된 부패라면그래서 기층 자치조직의 뿌리까지 완전히 썪어 버린 왕국에서 파편화된 개인이 겪는 참상은 어떠할까.

 

인간은 그렇게 강인하지 않다아마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의료인이라면 태우고”, “담합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상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해마다 각 학교 본과 3학년 강의실에서 어떤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떠올린다면.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왕국에서 착취당하는 90% 이상의 피해자가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누구에게 충성을 하는 지조차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시사IN> 문정우는 과거 어느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네가 기자랍시고 세상을 좀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마 이 대학과 교육부라는 데서 얼마나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지그리고 이곳에 어떤 기이한 고대의 괴물이 우글대는지 상상도 못할 거다.” 


아직 대한민국은 어둡다.

 

ps 한의과대학 졸업준비위원회(한의대 졸준위),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회관련 교직원으로부터 피해를 입거나 목격하신 분위 조직의 임원으로 내부사정을 잘 아는 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여러분의 작은 용기가 밝은 사회를 향한 소중한 밑거름이 됩니다.

 

forever2886@hanmail.net 배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