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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송기훈의 실험실

[송기훈의 실험실]감초는 스테로이드 덩어리?


약방의 감초(甘草)’라는 말이 있다. 어느 일이나 사건에 끼어들어 앞장서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대상을 가리키는 관용어인데, 한약 처방 중 감초 없는 처방을 찾기 힘든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감초는 허로(虛勞)’를 치료하는 유명한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에서부터 뒷목이 뻐근한 몸살감기를 치료하는 갈근탕(葛根湯)’,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반위(反胃)를 치료하는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에 이르기까지 감초는 한의학의 많은 처방에 사용되는 약재다.

 

어떤 약이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일까? <동의보감>에서는 감초를 성질이 평하고 맛은 달며독이 없으며 온갖 약독을 풀며모든 토양의 정수이니 72종의 광물성 약재와 1200종의 식물성 약재를 조화시키고 여러 가지 약을 조화시켜 약효가 나게하니 국로(國老)라고도 하며오장육부(五臟六腑)의 한열(寒熱)과 사기(邪氣)에 주로 쓰고 구규(九竅)를 통하게 하고 모든 경맥(經脈)을 잘 통하게 하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살찌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감초가 스테로이드 덩어리?

 

최근 일부 언론이 감초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감초유해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는 현재 의과대학 교재 넬슨 소아과 교과서’ 최신판에 서술된 내용을 인용하며 스테로이드가 체내에 일정량 이상 축적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유발하고 손발이 붓는 현상이 생기는 등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특히 어린이의 경우 키가 안 크는 등 성장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스테로이드는 탄소 고리 4개로 이루어진 스테로이드 핵을 가진 화합물로 그 모양과 생리작용에 따라 성호르몬황체호르몬담즙산동물스테롤식물스테롤 등으로 나뉜다.

 

이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호르몬중 당질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를 일컬으며합성과정을 거쳐 의약품으로 사용한다이 약물은 강력한 소염작용과 항 인슐린작용을 수행하는데그 반작용으로 부작용도 심해 쿠싱신드롬수면장애식욕증가체중증가골다공증당뇨 등을 유발시키기도 한다지난 1한 여성이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과다 사용해 딸이 쿠싱증후군에 걸렸다며 자살한 사건도 스테로이드 부작용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감초의 스테로이드는 당질코르티코이드가 아니라 소량의 무기질코르티코이드(mineralocorticoid)이것은 양방에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제와는 성분이 달라 일반적인 스테로이드제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감초가 오해를 받은 이유는? 그것은 감초에 있는 글리시리진’(glycyrrhizin) 때문이다글리시리진은 체내의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해효소를 억제시켜 장기간 사용시 저칼륨혈증이나 고혈압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그러나 부작용은 하루에 50g이상 6주 이상 꾸준히 복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데약을 조화시킬 때 사용하는 감초의 양은 반돈(약 2g)에서 최대 한 돈(약 4g)정도 사용되므로그런 부작용은 발생하기 힘들다.

 

또 약을 조화시키려고 감초를 사용할 때는 자감초(炙甘草)의 형태즉 불에 구운 감초를 사용하게 되는데이렇게 감초를 굽는 과정을 거치면주성분인 사포닌계의 글리시리진이 ‘glycyrrhetic acid’로 분해돼 무기질코르티코이드 분해 억제작용이 줄어든다.

 

한약재 감초에 스테로이드제제 일종인 당질코르티코이드가 들어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게다가 가공된 감초는 스테로이드 분해 작용이 적고용약 시 매우 적은량이 사용되므로 위험한 약재라고 보기 힘들다.

송기훈 gihoo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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