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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역사프리즘/현대정치사

[의료인 국가시험 잔혹사 4-2] 행심위의 오판…정부는 속았을까, 속아줬을까

 꼬꼬사 4-2 [의료인 국가시험 잔혹사]

의혹의 시작 



201610, 국민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필자가 동국대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행정심판(중앙행심위 2016-13417)에서, “한의과대학의 실험실습비 지출내역의 정보공개 거부처분 부분을 취소한다는 일부인용 결정을 내린다. 즉 동국대는 필자에게 <2008~2016년도 한의과대학 실험실습비> 지출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필자가 행정심판을 제기한 건 크게 두 부분. 하나는 한의과대학의 <실험실습비><학생지원비> 등의 지출내역이고, 두 번째는 이들의 증빙서류였다.

 

그런데 행심위는 지출내역부분 중 한의과대학의 <실험실습비> 내역은 공개하라고 결정하면서, <학생지원비> 지출내역은 존재하지 않는 자료라고 각하 판단을 내린다.

 

행심위가 <학생지원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재결문(판결)에 기재한 근거는 두 가지. 하나는 동국대의 회신 공문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행심위의 현장조사결과였다.

 

-그림1- 동국대가 중앙행심위에 발송한 사실 확인의 내용(재결서 ) 


-그림2- 중앙행심위의 동국대 한의과대학 현장조사결과(재결서


이때의 행정심판 진행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행심위의 근거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계정의 성격, 동국대 공문, 행심위의 현장조사결과” 3가지를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약해보면 동국대는 중앙행심위에 학생지원비는 대학본부에서 집행하는 예산이라 한의과대학에만 따로 집행하는 예산이 아니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고, 행심위 공무원이 대학을 직접 방문했더니 그렇더라라고 확인했다는 것이었다이를 근거로 중앙행심위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한의과대학에서 지출한 <학생지원비>는 없다는 거였다. 정보공개소송에서는 기본적으로 청구한 정보가 존재해야 이것이 공개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청구했으니 공개여부를 논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학생지원비>는 말 그대로 대학이 학생에게 자치활동이나 관련 행사를 지원하는 예산이다. 의학계열의 특성상 의료봉사활동이나 각종 동아리행사 등 단과대 내 독립된 자치활동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과차원에서 집행-관리하는 예산이 없다는 사실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나, 수 십 년간 예산을 짜고 집행했던 동국대가 정부기관에 공문을 발송했고, 조사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확인까지 했다고 정부가 판결서에 적은 것이니, 필자도 신뢰할 만 하다고 간주했다


드러난 오판, 대학의 은폐

 

그런데 2018년 현재, 필자의 손에는 한의과대학에서 보관·관리해 왔던 2008~2016학년도까지의 <학생지원비> 지출내역과 그 증빙서류가 들려 있다.

 

후일 <학생지원비> 존재사실이 탄로난 후, 서울행정법원 불복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76동국대가 필자에게 지출내역 사본을 보내온 것. 행심위 오판이 있은 지 약 8개월 만이었다.

 

필자도 속았으며, 정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기망당해 명백히 존재하는 자료를 없다고 오판한 것이다. 행심위는 사법부가 아니라 행정부에 소속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국대는 거짓된 사실확인공문을 발송해 정부의 판단을 흐린 셈이다.

 

-1. 동국대 한의과대학 학생지원비 지출내역 중 일부 -

붉은 박스 결의부서명에 한의과대학 학사운영실이 명시적으로 적혀 있다.


허위의 공문발송, 실수일 가능성은

 

술자리에서 교수나 직원 한 둘이 거짓 증언을 늘어놓았다거나, 언론에게 허위 인터뷰를 한 게 아니다.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의 지위를 지닌 대학이 심판장에 허위의 문서를 써내서, 정부의 오판까지 이끌어 냈으며, 이 사실이 명백하게 잘못된 판결로 드러난, 작지 않은 건이었다.

 

실수는 아니었을까. 총장이나 직원이 공문 작성 시 중대한 착오를 범했다거나, 행심위 조사위원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 말이다.

 

그러나 동국대 회계내역, 행정심판 절차서류, 모 국회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16년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자체평가보고서, 현장 정보열람결과, 재결된 정보 누락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동국대학의 기망행위가 단순 과실이었을 리는 상당히 희박하다.

 

우선 동국대 한의과대학은 2008년부터 2016년도까지, 적게는 약 17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36백여 만원까지, 꾸준히 한의과대학 학생지원비용을 지출해 왔다.

 

특히 2014~2016년도 집행액은 이전 년도에 비해 6배 정도 증가했는데(2014:36), 동국대가 답변서 및 회신문 작성시기가 20164~8월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한의과대학 <학생지원비>가 있는 줄 몰랐을 지극히 낮다.


다음 자료는 한의대 학생지원비의 증빙서류 중 일부다. 20111월 동국대 한의과대학 학사운영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단과대에서 집행하는 학생지원비 하부계정명과(학생활동지원비(2010년 기준 계정코드:4325005) 집행예산액, 학사운영실장 및 학장의 결재 사실 등이 명시적으로 적혀 있다. 후일 드러났지만, 학생지원비는 한의과대학 뿐 아니라 의과대학, 사회대학 등의 단과대학에서도 독립적으로 운영-보관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림 4- 동국대 한의과대학 학생지원비의 증빙서류(지출사유, 회의록) 일부 


<2016년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자체평가보고서>에 기술된 사실은, 동국대의 행심위 사실확인이 악의적인 기망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동국대가 중앙행심위에 사실 회신을 한 날짜는 2016817,(<그림1>참조)

 

그러나 그로부터 2주 뒤인 2016830,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이 작성하여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하 한평원)에 제출한 <2016년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자체평가보고서>에는 한의과대학 학생지원비 집행사실이 적시돼 있다.  


본 보고서는 동국대학이 직접 기술한 자료로서, 2018년부터 전문기관의 평가인증을 거친 대학 졸업자에게만 의료인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한다는 방향으로 의료법이 개정됨에 따라, 동국대가 한평원 인증취득을 목표로 한의과대학만의 교육현황을 스스로 평가-기록한 자료다.

 

여기서 동국대 한의대는 평가부문 5-1 재정확보교육재정집행항목에는 실험실습비 뿐 아니라 2014~2015학년도 한의과대학의 학생활동지원비예산을 증감률과 함께 기재했다. ‘실험실습비는 단과대 차원에서 집행되지만, 학생지원비 등은 대학본부에서 집행하는 예산이라는 동국대의 회신과는 배치되는 내용인 셈.

 

봉사활동 관련하여서도 일정금액 학생활동지원비 지급이라고 하여 한의대 학생지원비 지출여부를 명시했다


증빙서류

 

증빙서류까지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동국대는 증빙서류와 관련하여 중앙행심위에 제출한 사실확인 공문 내용에서 만이 아니라, 애초의 비공개 처분서, 행정심판 답변서 등에서 일관되게 그릇된 사실을 적시한다.

 

2016510, 위 행정심판의 근거가 된 정보공개처분에서, 동국대는 학생지원비가 포함된 학생경비증빙서류가 부존재 정보라고 밝힌다. 한 달 뒤인 628, 행정심판 답변 당시에도 학생경비 자료는 학생회에서 관리하고 매년마다 바뀌는 학생간부들 간 인수인계 상황이므로, 그 증빙자료는 학교와 무관하기에 부존재 정보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후일 필자가 답변서 작성자가 누구였는지 동국대학교 측에 묻자, 한 관계자는 학과장 ㅂ 교수와 상의해서 했다. 우리는 워드작업만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학생지원비 등의 증빙자료가 없다는 동국대의 주장은 물론 거짓이었다. <그림4>에서도 공개했지만, 한의과대학의 학생지원비 증빙서류는 존재했다.

 

- 2010년 학생지원비 내역 중 한의과대학 졸업준비위원과 간담회 회의경비 지급관련 증빙서류 일부 -



- 2 - 동국대의 예산 보유 언급사실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 그리고 실제 존재 여부

동국대의 기망과 행심위의 오판을 명백히 확인한 때는, 필자가 동국대 현장열람을 실시한 20173월 말 경.

 

보다 구체적인 근거확인을 위해 필자는 2017515, 중앙행심위를 상대로 행심위가 동국대에 발송한 사실확인요청서 현장조사 보고서, 동국대가 제출한 사실확인 공문의 공개를 청구했다. 19대 대선 1주일 뒤였다.

 

그러나 1769, 중앙행심위는 청구정보가 사건조사과정에서 동국대학교로부터 취합하거나, 이와 관련하여 작성한 내부검토자료라면서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에 준하는 사항이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린다.

 

행정심판은 이미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행심위도 이점은 인정했다. 다만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에 준하는 사항이라며 거절했다. 현장조사 보고서에는 사실관계 이외에도 정부와 공무원의 의견이 반영돼 있으니, 이를 공개할 경우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끝난 재판의 현장조사 결과를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사항의 준하는 사항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으나, 필자는 동국대가 행심위에 발송한 사실확인서만으로 범위를 줄여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대학이 정부에 보낸 문건에는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이 포함되지 않았을 터이기에, 응당 공개될 성질이었기 때문.

 

그러나 1주일 후, 정부는 또다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행심위의 오판이 현출된 건 매우 드문 사례로 파악된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기왕의 정보공개소송에서 중앙행심위가 부존재 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나중에 존재하는 정보로 드러난 케이스를 접한 적 있는 지여부를 묻는 필자의 질의에 대해 요청한 사례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수집되거나 경험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누락된 실습비 3억원,

은폐의 끝은 어디일까

 

은폐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동국대는 중앙행심위가 공개하라고 결정내린 부분에 대해서도, 3억원에 달하는 지출내역이 누락된 자료를 발송한 사실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3편에 계속)


배동일 forever28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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